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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4월] 코로나19 이후 지방정부의 과제와 역할

  • 작성일 : 20-07-08 10:51
  • 조회수 : 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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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지방정부의 과제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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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고양시정연구원장/경기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COVID19)로 전 세계가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250만명, 사망자도 18만명을 넘어섰는데,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세계대전이라도 발발한 것처럼 수많은 인명이 스러지고 있다. 질병으로 죽어가는 이와 가족이 마지막을 함께 할 수도 없다는 참담한 현실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가을이나 겨울에 또다시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다. 


 코로나19는 강한 전파력과 무증상 감염전파로 기존의 감염병과는 다른 대응방식을 강제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경과에서 확인되는 것은 더 많은 진단과 감염경로 추적 및 격리가 최선이고, 예방‧치료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대증요법에 의한 치료가 전부일 뿐이다. 그동안 지구촌 문명을 선도하며 의료선진국으로 평가받던 나라들이 초기대응을 소홀히 하다가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의료체계 자체의 붕괴현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허둥대는 꼴은 제4차 산업혁명을 외치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한국에서는 1월 12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3개월여가 지난 4월 23일 현재 확진자 1만 702명, 사망자 240명으로 ‘코로나19 방역의 세계적 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 2월 중순까지는 초기방역에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이들의 불투명한 정보제공이 역학추적을 어렵게 만들면서 이후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급증했다. 4월23일 현재 대구 경북의 확진자수가 전국의 76.6%, 사망자수가 전국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정확한 감염경로의 추적과 지역사회에서의 집단감염 차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해준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국경을 폐쇄하지 않은 정부의 대응을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지 않지만 이 난국이 종료된 이후 전후맥락을 분석해봐야 올바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시행착오의 과정이 있었다 해도, 한국의 대응방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선진국들이 앞 다퉈 채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잘 대응해왔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하다. 앞으로 이러한 대응과정을 잘 복기해보면, 앞으로 신종바이러스의 위험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지침(Manual)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민관의 전문가집단이 진단키트개발에 착수하고, 첫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질병특성을 바탕으로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진단검사 실시,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확진자의 역학경로 확인과 관련 정보의 공개, 국민들에게 개인방역지침을 확산시켜 손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물리적 거리두기 등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뚜렷한 확산 차단 효과를 거뒀다. 초기방역에 실패한 선진국들처럼 지역봉쇄(lockdown)를 하지 않고 코로나19 방역에 성과를 거둔 것은 이후 감염병 유행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설정하는 전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형 방역모형’이 곧 세계적 방역모형이 되고 있다. 초기에 한국의 대응을 폄하하던 미국이나 일본도 결국 한국형 방역모형을 추수하고 있다.


 한국형 방역모형의 핵심은 광범위하고 신속한 진단 실시와 확진결과와 감염경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 점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진단키트의 개발과 생산을 가능케 한 한국 바이오산업의 역량, 전국민의료보험제도 하에서 실시되고 있는 건강검진제도를 위해 확충된 풍부한 검진장비, 그리고 의료인력의 감염을 차단하면서 진단을 실시할 수 있는 혁신적 방식, 즉 차량이동형(drive-thru) 검사방식과 도보이동형(walk-thru) 검사방식의 채택 등이다. 전국 344개의 국민안심병원, 73개소의 차량이동형 진료소, 613개소의 선별진료소 등에서 3개월여만에 60만명 가까운 진단을 실시했다. 빠른 진단이 가능했던 것은 보건인력과 의료인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만이나 홍콩을 사례로 들어 우리 정부의 정책실패를 공격하지만,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서 상호의존적 국제분업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전염병 차단을 위해 국경폐쇄가 우선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물론 인명피해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신천지 사태 이후 정신병원, 요양원 등에서 집단 감염된 고령자들이었다는 점은 또 다른 함의를 지니고 있다. 


 아무튼 한국은 진단-역학조사와 격리-치료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잘 조직되어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데 비교적 성공적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대책본부의 빠른 판단과 대응에 못지않게, 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게 작동했다. 광역단체인 서울시와 경기도의 대응은 물론이고, 주민과 직접 접촉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의 역할도 컸다. 


 초기 진료를 담당한 보건소, 자가격리자의 밀착 관리,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이루어진 방역작업 등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위한 역할, 지역 중소상공업자의 애로 지원 등 주민의 삶의 안전을 위한 종합적 대등은 모두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지방정부에는 역학조사의 실질적 권한이나 자가격리 위반이나 집회금지를 단속할 권한이 없었다. 2월 26일 코로나3법이 통과되고서야 역학조사관과 방역관의 설치가 가능해졌다.


 지방자치가 복원된지 30년이 가까워오지만, 중앙집권체제는 여전히 강고하다. 이번 코로나19의 대응과정에서 자치단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방면에서 입증되고 있다. 물론 주어진 권한 범주 안에서도 단체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예컨대 3번 확진자가 발생한 고양시에서는 신속하게 시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지역 내 대형병원 원장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이들이 제안한 방역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는 거버넌스 행정이 잘 작동했다. 그 성과의 하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차량이동형(drive-thru) 검사방식 도입이었다. 


 이 방안은 이미 오래전 외국에서 시도된 적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신종 전염병의 특성을 신속하게 파악한 인천의료원 의사가 제안하고, 칠곡의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먼저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지역감염을 막기 위해 자치단체가 광범위한 시민을 대상으로 이러한 방식을 도입 실시한 것은 고양시가 처음이다. 고양시에서는 대책회의에서 지역내 감염병전문가의 제안을 받아 신속하게 주차공간을 정리하여 하루 만에 차량이동진료소를 설치했다. 이는 열린 거버넌스체계와 단체장의 리더십의 산물이다. 질병관리본부도 고양시의 모형을 평가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전파시켰다. 이밖에도 기초자치단체의 선제적 역할은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을 축적한 수원시와 성남시를 비롯한 여러 자치단체장의 리더십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면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에 초래한 영향은 무엇인가? 코로나19라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은 보편화된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감염차단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사람의 이동을 차단하자 일상적인 경제생활 자체가 중단되었다. 풍요를 구가하던 선진국에서 사재기열풍이 휩쓸고, 심지어 먹거리를 못구해 굶주리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인류가 구축해왔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면에서의 모든 관계가 일거에 무력화되며 재구축을 강요받고 있다.


 현대사회는 초연결사회라고 한다. 인간의 모든 일상생활이 현실(오프라인)과 가상(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초연결사회가 얼마나 위험하고 취약한 구조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수세기동안 세계의 기술과 문명을 이끌어온 서유럽과 미국 일본이 감염병의 공포 앞에 무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혼돈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확연히 다른 사회로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여러 컬럼 등에서 ‘뉴 노멀(New Normal)’이니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이니 하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뉴 노멀’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상태로 빠져드는 현상을 지칭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는 ‘이중적 뉴 노멀 사회’(연세대 김호기 교수)라고 규정하고 있다. ‘뉴 노멀’의 이중성을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의 불확실성으로 설명한다. 위험의 뉴 노멀이 경제의 뉴 노멀에 주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불안을 넘어 새로운 경제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다. 


 종래의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적 요인에 의해 초래되는 주기적 공황이고, 그것은 시간의 경과 속에서 회복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하는 경제위기는 세계적 분업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하나의 수요공급 사슬로 묶인 초연결구조가 강력한 바이러스의 유행 앞에 얼마나 무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선진경제대국들은 주요 필수품들에 대한 생산체계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다. 특히 감염병과 관련된 산업들이 최우선적으로 본국으로 회귀(reshoring)할 것이다. 당장 일본의 아베정권이 중국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으로 적극적 재정지원을 통해 자국기업의 회귀를 회유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의학적 공포가 경제에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정지하면서 실물경제의 위기가 초래되고, 실물경제의 위기는 금융시장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부문만이 아니라 그동안 호황을 누리거나 기반이 튼튼했던 기업들마저 대량해고 등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위기의 원인이 경제현상이 아닌 전염병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후 경제현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매켄지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명명하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신종바이러스 문제를 방역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관련된 안보문제로 격상시켰다. 한편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상존하지만, 현실에서는 국제공조에 앞서 자국의 위기 해결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진단키트와 마스크 등 긴급한 각종 의약품‧의료장비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국제분업체계에 다양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세계경제는 WTO체제의 출범과 함께 국민국가의 틀을 허물고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연결하려는 무국경화 세계화(globalization)추세가 주도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 흐름을 바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연결 경제구조 하에서 감염병의 충격이 일순간에 공급사슬을 끊어버리는 사태를 경험한 각국은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물자의 국내생산을 늘려나갈 것이다. 또한 각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무제한으로 돈을 살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당장의 위기가 워낙 절박하기 때문에 이후에 초래될 거품경제나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겨를이 없다. 이렇게 자국중심 경제정책이 주도하게 되면 상호의존적 세계무역체계에 균열이 생기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전쟁이 전개될 수 있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격변하는 시대에 시민들의 삶의 안전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여기에서 국가의 역할, 지방정부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우선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에 대응하여 지역사회에 보건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현안과제로 떠오른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한국이 선방하고 있는 것은 전국민의료보험을 비롯한 의료체계가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거버넌스체계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중앙통제기제를 구축하고 중앙-지방정부와 민간부문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의료진과 시민들의 헌신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즉 투명성, 민주성, 참여와 거버넌스, 그리고 첨단IT기술의 활용이 핵심요소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극복되면 초기대응부터 복기해서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더욱 공고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가 생산하는 정책정보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하며, 정책결정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참여기제를 확대해야 한다. 정보의 공개와 참여를 일상화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등 첨단IT기술을 이용한 전자민주주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하다. 


 민관협력이 탄력적으로 이루어지면 다양한 혁신적 대책을 고안할 수 있고, 또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도 증명되었다.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는 진단키트의 신속한 개발과 활용, 감염위험을 줄이면서 신속한 검사를 가능하게 해준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 등도 민관협력의 산물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과감하게 적용하는 것은 열린 거버넌스와 리더십에 의해 좌우된다. 


 코로나19를 극복하면 지역사회의 감염병 대응능력을 점검하여 보건의료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의료인력의 육성이나 공공병원의 확충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돌봄체계의 구축, 보건행정서비스 시설과 인력도 점검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 간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개편하고, 권한배분과 재원배분도 조정해야 한다. 전국적 통제가 필요한 부분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되, 평상시 주민의 건강관리나 감염병 발병시 신속한 진단과 격리 등 주민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국민의료보험이 잘 구축된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은 주로 병의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발병 이후 치료보다는 면역력의 강화 등 평상시 건강관리로 정책초점을 바꿔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통계적으로 명확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흑인의 치명률이 백인보다 높다고 한다. 그것은 인종의 차이가 아니라 빈부격차에 따른 평상시 건강관리상태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가난이 감염병에 의한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관리는 궁극적으로 감염병 등 치명적 질병의 유행에서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기초자치단체는 보건행정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되듯이 장애인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은 집단감염 가능성도 크고, 일단 감염되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커진다. 이들 시설에 대한 안전성 점검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을 시설에 입원시키는 것보다 지역사회 공동 돌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비용절감은 물론 개개인의 품격 있는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특히 인구구조가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고령층의 평상시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고령층의 건강관리는 만성질환을 감소시키고, 감염병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며, 의료보험체계의 지속가능성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적 거리두기는 개인의 소비행태나 기업활동에도 대변환이 초래될 것이다. 비대면(uncontact)이 일상화되면 소비활동은 대형쇼핑몰을 포함한 오프라인 소비보다는 온라인쇼핑이 더 확대될 것이다. 다중이 모이는 공연활동이나 스포츠 등에도 다양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좁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도 원격교육으로 전환될 것이다. 비좁고 밀폐된 작업장에서는 감염위험이 더 크므로 작업환경을 바꾸거나 재택근무 등 스마트 워크(smart work) 체계로 전환될 것이다. 관광도 단체관광 방식도 가이드 지정형 소규모 관광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이러한 사회경제구조의 변화는 지역경제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충격을 줄 것이다. 도시지역은 거리두기에 따른 스마트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강제화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농촌지역은 오히려 안전한 삶을 추구하는 인구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 각각의 여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코로나19같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등장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바꿀 것이다. 다중이 모여 밀접한 접촉이 이루어지는 집합소비활동은 줄어들 것이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 가족 간의 활동이 더 많아지고, 외부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생활보다는 집안에서 생활이 늘어나면 가족 간의 오락이나 독서활동이 증가할 여지도 많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변화는 공원이나 체육시설, 오락시설 등의 재설계를 요구할 것이다. 

 

 감염병의 일상화로 사적인 접촉은 줄어들지만, 사회공동체 안에서의 상호 연대의식은 높아질 것이다. 공직자나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나 자발적 거리두기 등 시민들의 성숙한 협조행태는 촛불혁명 이후 형성된 새로운 민주적 시민의식의 발로이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역공동체에서 구현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감염병에 의한 자가격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 과거엔 주민통제의 기제이었던 통반장제도가 이제는 주민공동체의 매개고리로 작동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더 적극적인 역할‧권한‧책임을 부여하고, 일반주민의 참여기제를 확대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주민의 참여의식과 책임성을 높이는 민주시민교육도 더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먹거리와 같은 삶의 필수자재에 대한 자급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와 같은 악성 바이러스가 인간의 탐욕을 위한 자연파괴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있다. 환경문제와 식량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친환경 지역농업‧도시농업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지역의 먹거리는 지역에서 생산-소비하는 소위 로컬 푸드(Local Food)정책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도시의 유휴노동력으로 보완하면서 동시에 생산과 소비를 직결시키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자치단체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한편에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증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주민의 삶의 안전을 보장하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강화되어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중앙-지방의 긴밀한 수평적 협력관계의 구축이 중요하다. 자치분권의 필요성은 감염병 확산과정에서도 입증되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계속될 것이고, 초연결사회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그러면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협력을 조화시킬 필요성은 더 커진다. 그럴수록 시민의 가장 가까이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역할도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19는 중앙-지방의 관계를 새롭게 혁신해하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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